웜뱃은 정육각형에 가까운 네모난 똥을 누는 유일한 동물로 아주 유명합니다. 처음 보면 누가 조각해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각이 딱 잡혀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는 워낙 독특해서 2019년에 이그노벨상(기발하고 웃긴 과학 연구에 주는 상)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1. 왜 '네모'일까? (생존 전략)
웜뱃은 시력이 나쁜 대신 후각이 매우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영역을 표시할 때 똥의 냄새를 이용합니다.
웜뱃은 바위 위나 나무 그루터기처럼 높은 곳에 똥을 싸서 냄새가 멀리 퍼지게 합니다. 만약 똥이 동그랗다면 경사면에서 굴러 떨어지겠죠? 네모난 모양 덕분에 원하는 위치에 '착' 고정됩니다. "여기는 내 땅이다!"라는 표지판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는 셈이라 웜뱃의 똥이 네모난 이유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와 독특한 장 구조가 만난 결과입니다.
1) 생물학적 이유: "굴러가지 않는 표지판"
웜뱃은 자기 영역을 표시할 때 똥을 사용합니다. 일종의 '명함'이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웜뱃은 자신의 냄새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주로 바위 위, 쓰러진 나무줄기, 흙더미 위 등 높은 곳에 변을 봅니다.
만약 똥이 일반적인 동물들처럼 둥글거나 길쭉하다면, 경사진 바위 위에서 쉽게 굴러 떨어질 것입니다. 네모난 모양은 경사면에서도 구르지 않고 그 자리에 딱 고정되게 해줍니다.
2) 해부학적 이유: "특이한 창자의 탄성"
그렇다면 웜뱃의 항문이 네모난 걸까요? 아닙니다. 비밀은 대장(창자)에 있습니다.
웜뱃의 대장 마지막 25% 지점을 보면, 벽의 두께와 탄성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분은 아주 단단하고, 어떤 부분은 훨씬 부드럽고 유연하며, 대장이 수축하며 변을 밀어낼 때, 단단한 부분은 변의 평평한 면을 만들고, 부드러운 부분은 모서리(각)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웜뱃은 수분이 부족한 호주에 살기 때문에 대장에서 수분을 아주 꽉 짜냅니다. 변이 매우 딱딱한 상태로 굳어지기 때문에, 대장을 통과하며 만들어진 네모난 각이 항문을 나올 때까지 뭉개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입니다.
2. 어떻게 '네모'가 될까? (신체 구조)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웜뱃의 항문이 네모난 것은 아닙니다. 비밀은 창자의 탄성에 있습니다.
웜뱃의 대장 마지막 부분은 신축성이 부위마다 다릅니다. 어떤 부분은 딱딱하고 어떤 부분은 부드러운데, 대장이 수축할 때 딱딱한 부분이 변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각진 모서리를 만들어 내는데 소화 과정이 매우 느려(최장 2주) 변에서 수분을 극한으로 흡수합니다. 덕분에 변이 아주 단단해져서 배출될 때까지 그 네모난 모양이 유지됩니다.
이 신비로운 '네모 똥' 제조법은 공학자들에게도 영감을 주어, 나중에 부드러운 튜브 안에서 각진 물체를 제조하는 공정 연구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3. 웜뱃이 이 네모난 똥을 하루에 몇 개나 쌀까?
웜뱃은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똥 제조에 있어서는 가히 '공장' 수준의 성실함을 보여줍니다.
1) 하루 생산량: 약 80~100개
웜뱃은 하룻밤 사이에 평균 80개에서 많게는 100개 정도의 네모난 똥을 누습니다. 이렇게 많이 누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영역 표시' 때문입니다. 자신의 영토 곳곳에 이 네모난 '벽돌'들을 부지런히 쌓아두어 다른 웜뱃들에게 "여기는 내 집이니 들어오지 마!"라고 광고하는 것입니다.
2) 웜뱃 똥의 흥미로운 특징들
몰아서 싸기: 한 번에 다 누는 것이 아니라, 이동 경로를 따라 여기저기 조금씩(한 번에 4~8개 정도) 나누어서 배설합니다. 마치 길에 이정표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독한 변비(?): 웜뱃은 먹이를 소화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보통 8일에서 14일 정도 걸리는데, 이 긴 시간 동안 장에서 수분을 극한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똥이 돌처럼 딱딱하고 각진 모양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냄새로 소통: 인간에게는 그저 배설물이지만, 웜뱃들에게는 냄새를 통해 상대방의 건강 상태나 성별 등을 확인하는 중요한 데이터 센터입니다.
4. 웜뱃의 또 다른 천연 방패인 '엉덩이'
웜뱃은 똥뿐만 아니라 엉덩이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천연 방패: 엉덩이 부분이 대부분 단단한 연골과 비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포식자가 물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질식 작전: 여우나 딩고가 굴 속으로 따라 들어오면, 튼튼한 엉덩이로 굴 천장과 포식자의 머리 사이를 꽉 눌러서 물리적으로 퇴치(혹은 질식)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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