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곳에만 꽃이 피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밤에도 가로등 불빛이 식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변에는 꽃이 피는데 가로등 아래에서만 꽃이 피지 않는다면, 식물의 생체 시계와 빛에 대한 반응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곳에서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개화에 이상이 생기는 이유는 식물이 밤과 낮의 길이를 인지하는 '광주기성(Photoperiodism)'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로등 불빛은 식물에게 일종의 빛 공해로 작용하여 자연스러운 개화 시기를 놓치게 만들기 때문에 가로등 근처의 식물만 꽃이 잘 피지 않거나 결실을 맺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1. 가로등 불빛이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이유
1) 식물이 밤의 길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많은 식물은 낮의 길이뿐 아니라 밤이 얼마나 길고 어두운지를 감지해 꽃을 피울 시기를 결정하는데 가로등이 밤을 밝히면 식물이 밤이 짧아졌다고 인식해 꽃을 피우는 시기가 늦어지거나 꽃이 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많은 식물은 낮과 밤의 길이 변화를 감지해 꽃을 피울 시기를 결정합니다. 밤에 켜지는 가로등 불빛은 식물에게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졌다' 또는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2) 빛에 민감한 식물은 생장 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밤의 빛은 식물의 호르몬 작용과 생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 결과 꽃눈 형성이 늦어지거나 줄기와 잎의 생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화, 벼, 코스모스 같은 단일식물은 밤의 길이가 일정 시간 이상 길어져야(즉, 어두워야) 꽃을 피우지만 가로등이 밤새 환하게 불을 밝히면 실질적인 어두운 시간이 부족해져서 꽃눈을 형성하지 못하고 잎이나 줄기만 무성하게 자라게 됩니다.
3) 모든 식물이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화나 일부 국화과 식물처럼 밤의 길이에 민감한 식물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지만, 빛에 덜 민감한 식물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물은 잎에 있는 광수용체(피토크롬 등)를 통해 빛을 감지하는데, 야간 인공조명은 이 생체 시계를 교란해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와 생장 리듬을 망가뜨립니다.
2. 그렇다면, 왜 가로등 아래에서는 모든 꽃이 피지 않을까?
식물의 종류에 따라 가로등 불빛이 꽃을 피우는 것을 늦출 수도 있지만, 오히려 꽃이 빨리 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가로등과 비슷한 인공조명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식물 종류와 환경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햇빛 부족, 토양 상태, 물 부족, 가지치기 등의 원인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3. 가로등 아래에 있는 들깨꽃이나 논 주위에 심어놓은 콩
들깨꽃이나 논 주변에 심어 놓은 콩이라면, 가로등 불빛 때문에 꽃이 늦게 피거나 꽃이 피는 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들깨와 콩은 밤의 길이에 민감한 대표적인 단일식물에 속합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국도변이나 논밭 인근의 가로등, 혹은 비닐하우스의 야간 조명 불빛 때문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빛 공해 피해가 실제로 많이 발생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농가에서는 가로등에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빛에 덜 민감한 품종을 심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1) 왜 가로등 아래에서 들깨는 꽃이 늦게 필까?
전형적인 대표 단일식물입니다. 가을이 되어 밤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것을 신호로 삼아 꽃눈을 만들고 꽃을 피웁니다. 들깨는 대체로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늦여름부터 가을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꽃이 늦게 피면 종실이 여물고 수확하는 시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로등 바로 아래에 심어진 들깨는 밤에도 계속 빛을 받기 때문에, 밤이 길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꽃이 전혀 피지 않거나, 피더라도 시기가 터무니없이 늦어지며, 결국 씨앗(들깨)을 맺지 못하고 잎과 줄기만 무성하게 자라게 됩니다.
다만 가로등 아래에서 꽃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조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토양의 수분과 양분, 그늘, 품종 차이도 확인해야 합니다.
① 가로등이 없는 곳 : 밤이 충분히 어두워져 꽃눈이 형성되고 꽃대가 올라옵니다.
② 가로등 불빛을 받는 곳 : 밤중에도 빛을 감지해 꽃눈 형성이 늦어지고, 꽃대가 늦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③ 밤새 불빛을 받는 곳 : 빛의 세기와 식물 품종에 따라 개화 지연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 논 주변의 콩은 어떨까?
콩 또한 대표적인 단일식물입니다. 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며 밤이 길어질 때 꽃이 피고 꼬투리를 맺습니다.
콩도 품종에 따라 밤의 길이에 민감합니다. 논둑이나 도로변 가로등 가까이에 심은 콩 역시 가로등 불빛 때문에 개화 시기를 놓치거나 방해를 받습니다. 논 한가운데에 있는 콩들은 가을이 되면 정상적으로 꼬투리를 맺고 수확할 수 있지만, 가로등 불빛이 닿는 곳의 콩은 꼬투리가 잘 달리지 않거나 수확량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① 개화 지연: 밤의 어둠이 인공조명으로 방해받으면 꽃이 늦게 필 수 있습니다.
② 꼬투리 형성 시기 변화: 꽃이 늦게 피면 꼬투리가 맺히고 콩알이 여무는 시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③ 품종 차이: 단일성에 민감한 콩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지만, 개화 시기가 낮의 길이에 덜 민감한 품종은 영향이 작을 수 있습니다.
3) 실제로 확인하는 좋은 방법
가로등에서 가까운 들깨나 콩과, 같은 밭에서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식물을 비교해 볼까요? 만약, 다른 조건이 비슷한데도 가로등 아래의 식물만 꽃이 늦게 피거나 꽃대가 적다면, 야간 조명이 원인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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