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이 문헌에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통일신라 시대)부터지만 학자들은 문헌 기록 이전인 삼국시대 초기나 그 이전부터 이미 두 기름을 만들어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최소 1,400년 전(삼국시대)부터 참기름과 들기름을 알고 썼으며, 처음에는 약이나 불을 밝히는 용도로 쓰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오늘날처럼 나물을 무치고 요리의 풍미를 더하는 식용 양념으로 널리 먹기 시작했습니다.
1. 두 기름의 역사와 쓰임새의 변화
1) 기록으로 보는 최초의 순간: 삼국시대
참기름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① 신라 시대의 기록: 《삼국유사》 제7권에는 한 신라 여인이 부처님께 등불을 밝힐 공양물로 참기름(문헌에는 '호마유(胡麻油)'로 기록)을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② 식용보다는 귀한 용도로: 이 시기에는 참깨나 들깨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일상적인 요리보다는 주로 종교 의식, 약용, 혹은 등잔불을 밝히는 유등(油燈)으로 귀하게 쓰였습니다.
2) 조리법의 발전과 대중화: 고려~조선시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본격적으로 우리 식탁의 중심 양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① 조선시대 조리서의 단골손님: 1429년에 세종대왕의 명으로 지어진 농업 책 《농사직설》에는 참깨(호마)와 들깨(유마)의 구체적인 재배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음식디미방》(1680년경), 《규합총서》(1809년) 등 조선시대의 다양한 조리서에는 나물 무침, 전 구이, 약과 등을 만들 때 두 기름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② 참기름은 '왕실과 양반의 귀한 기름': 참기름은 예나 지금이나 짜낼 수 있는 양이 적어 무척 비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참기름을 진짜 기름이라는 뜻의 '진유(眞油)' 혹은 향이 좋은 기름이라는 뜻의 '향유(香油)'라고 불렀는데, 주로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큰 잔치를 하거나 약을 달일 때 썼습니다.
③ 들기름은 '서민들의 든든한 생활 기름': 참기름이 너무 비싸다 보니, 일반 백성들은 상대적으로 기르기 쉽고 기름이 많이 나오는 들깨로 들기름을 짜서 나물을 볶거나 김을 구울 때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2. 참기름과 들기름의 차이점
참기름과 들기름은 고소한 향으로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단골 양념이지만, 원재료부터 영양 성분, 보관법, 요리법까지 완전히 다른 기름입니다.
1) 원재료와 향의 차이
① 참기름 (Sesame Oil): 참깨를 볶아서 짭니다. 특유의 진하고 묵직한 고소한 향이 특징이며, 서양에서도 프리미엄 오일로 인기가 많습니다.
② 들기름 (Perilla Oil): 들깨를 볶아서 짭니다. 참기름보다 가볍고 풀 내음이 살짝 섞인 듯한 은은하고 독특한 고소함이 특징입니다. (깻잎을 열게 하는 그 들깨 맞습니다!)
2) 발연점과 요리 활용법 (가장 중요!)
두 기름은 열에 견디는 온도(발연점)가 낮아서 절대로 일반 식용유처럼 튀김이나 부침용으로 쓰면 안 됩니다.
열을 가하면 암 유발 물질인 벤조피렌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구분 | 참기름 | 들기름 |
| 발연점 | 약 160°C | 약 160°C (생들기름은 더 낮음) |
| 추천 요리 | 요리의 맨 마지막 단계 비빔밥, 나물 무침(시금치 등) 고기 찍어 먹는 기름장 요리 완성 후 불 끄고 한 바퀴 두르기 |
열을 살짝 가하는 조리나 해산물/서민 요리 두부 부침(약불) 묵은지 볶음, 고사리/취나물 볶음 북어국(북어 고기를 들기름에 먼저 볶음) |
| 궁합 | 소고기, 시금치 | 해산물(비린내 제거), 묵은 나물, 달걀 |
3) 영양 성분의 차이
① 참기름 (오메가-6와 항산화): 오메가-6 지방산(리놀레산)이 풍부합니다. 특히 '세사몰', '세사몰린'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기름 자체가 쉽게 상하지 않게 지켜줍니다.
② 들기름 (오메가-3의 왕): 식물성 오일 중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약 60% 이상).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보다도 효율이 좋아 두뇌 발달, 치매 예방, 혈액 순환에 아주 좋습니다.
4) 보관 방법 (극과 극!)
영양 성분의 차이 때문에 보관하는 방법도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① 참기름 - "실온 보관"
앞서 말한 '세사몰'이라는 항산화 물질 덕분에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빛이 통하지 않는 어두운 곳(싱크대 하부장 등)의 실온에 두셔야 합니다. 냉장고에 넣으면 오히려 굳거나 맛과 향이 떨어집니다. (유통기한 약 6개월~1년)
② 들기름 - "무조건 냉장 보관 + 빨리 소비"
들기름에 가득한 오메가-3는 공기와 빛, 열에 노출되면 아주 쉽게 산패(기름이 상함)됩니다. 뚜껑을 꼭 닫아 무조건 냉장고에 넣어야 하며,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갈색병에 담거나 신문지로 감싸두면 더 좋습니다. (개봉 후 1~2달 이내 소비 권장)
※ 들기름이 너무 빨리 상해서 고민이라면, 참기름과 들기름을 2:8 비율로 섞어서 냉장 보관해 보세요. 참기름의 항산화 성분이 들기름의 산패를 막아주어 보관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납니다!
3. 참기름과 들기름 모두 섭취 시 주의할 점
참기름과 들기름은 "태우지 말고(약불이나 무침용), 상하기 전에(신선할 때), 하루 한두 스푼만 적당히" 드시는 것이 건강하게 섭취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지만, 유지류(기름)의 특성상 섭취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주의점이 있습니다. 잘못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다음 3가지를 꼭 기억해 주세요.
1) 고온 조리 시 '발연점' 주의 (벤조피렌 위험)
두 기름 모두 열에 버티는 온도인 발연점(약 160°C)이 일반 식용유(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200°C 이상)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①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연기가 날 정도로 강한 불에 볶거나 튀기면 기름이 타면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아크릴아마이드 같은 유해 물질이 급격히 발생합니다.
② 올바른 섭취법: 참기름은 가급적 불을 끄고 마지막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무침, 찍어 먹는 소스)로만 쓰세요. 들기름으로 볶음 요리를 할 때는 약불에서 짧게 조리하거나, 아예 일반 식용유를 살짝 섞어 발연점을 높여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2) '산패'된 기름은 절대 금물 (세포 파괴)
기름이 공기나 열, 빛에 노출되어 상하는 것을 '산패'라고 합니다.
①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산패된 기름은 단순히 맛이 변하는 수준이 아니라, 몸 안에서 활성산소를 대량 방출하여 세포를 공격하고 혈관을 망가뜨리는 독성 물질로 변합니다.
② 올바른 섭취법: 요리할 때 꿉꿉한 냄새(찌든 내)가 나거나 색이 탁해졌다면 아깝더라도 무조건 버려야 합니다. 특히 들기름은 오메가-3 비율이 높아 참기름보다 몇 배는 더 빨리 상하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개봉 후 한두 달 안에 다 드셔야 합니다.
3) 높은 '칼로리' (과다 섭취 주의)
식물성 건강 기름이라고 해서 마음 놓고 듬뿍 먹다가는 살이 찌기 쉽습니다.
①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두 기름 모두 1큰술(약 10g)에 80~90kcal 정도로 칼로리가 매우 높습니다. 밥 한 공기(300kcal)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② 올바른 섭취법: 아무리 불포화지방산이 몸에 좋아도 과다 섭취하면 체중 증가나 설사, 복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1~2스푼(밥숟가락 기준) 정도만 요리에 곁들여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4. 우리나라 말고 참기름과 들기름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의 '소울 양념'인 참기름과 들기름은 해외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요?
참기름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먹는 '글로벌 양념'인 반면, 들기름은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먹는 'K-푸드 특화 기름'에 가깝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참기름은 Sesame Oil로 마트에서 쉽게 구비해 두지만, 들기름은 Perilla Oil 혹은 Korean Perilla Oil이라고 부릅니다. 해외 한인 마트가 아닌 현지 마트에서 들기름을 발견한다면, 요리 코너가 아니라 오메가-3가 가득한 '건강보조식품(영양제)' 코너에 진열되어 있을 확률이 높답니다.
1) 전 세계가 사랑하는 ‘참기름(Sesame Oil)’
참기름은 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 등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널리 쓰여온 기름 중 하나로,
① 동아시아 (한국·중국·일본): 한국처럼 볶은 참깨로 짠 진한 갈색 참기름을 주로 씁니다. 중국은 마파두부나 탕 요리 마무리, 딤섬 소스에 필수적으로 넣고, 일본은 라멘 위에 띄우는 고추기름(라유)의 베이스나 고급 튀김(텐푸라)을 만들 때 향을 더하기 위해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어 씁니다.
② 동남아시아 (태국·베트남 등): 볶음 요리나 소스를 만들 때 풍미를 올리는 용도로 자주 사용합니다.
③ 인도 및 중동: 인도는 세계 최대의 참깨 생산국 중 하나로, 주로 남인도 지역에서 카레나 소스를 만들 때 참기름을 올리브유처럼 베이스 오일로 씁니다. 단, 동아시아와 달리 볶지 않은 참깨로 짠 맑고 투명한 참기름(Cold-pressed)을 많이 써서 향이 강하지 않습니다. 중동에서는 참깨를 갈아 만든 소스인 '타히니(Tahini)'를 요리에 대중적으로 씁니다.
2)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들기름(Perilla Oil)’
반면, 들기름을 '식용유'나 '양념'으로 매일같이 즐겨 먹는 나라는 사실상 대한민국이 압도적 1위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들깨 특유의 향은 꽤 낯설기 때문입니다.
① 대한민국 (압도적 소비 1위): 잎(깻잎)부터 씨앗(들깨), 기름(들기름)까지 통째로 요리에 매일 사용하는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② 일본: 일본에도 '에고마유(エゴマ油, 들기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등잔불을 밝히는 용도로 썼으나, 최근 들기름에 오메가-3(알파-리놀렌산)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건강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웰빙 영양제' 개념으로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요리용이라기보다는 매일 아침 숟가락으로 한 스푼씩 생으로 떠먹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소량 섭취하는 편입니다.
③ 중국: 중국 일부 남부 지역이나 소수민족 사이에서 들깨를 재배해 기름을 짜기도 하지만, 참기름이나 유채유(카놀라유)에 밀려 대중적인 식재료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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