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산 살려놨더니 이젠 사라지고 있는 아까시나무?
맞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과거에 황폐했던 우리 산을 푸르게 가꿔준 일등 공신인데, 이제는 정작 본인들이 산에서 밀려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에서 아까시나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1. 아까시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
1) ‘선구식물’의 슬픈 운명 (자연 천이)
아까시나무는 황폐한 땅에서도 질소를 고정하며 무섭게 자라는 선구식물(Pioneer species)입니다. 70~80년대 민둥산이었던 시절에는 이만한 효자가 없었죠. 하지만 아까시나무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그늘을 드리우자, 역설적이게도 그 그늘 밑에서 참나무류 같은 가문비나무나 활엽수들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빛을 아주 좋아하는 양수라, 다른 나무들이 울창해져 그늘이 지면 경쟁에서 밀려 스스로 도태됩니다.
2) 나무들의 고령화
우리나라 산에 심어진 아까시나무의 대부분은 1970~80년대 사방사업 때 집중적으로 심어졌습니다. 아까시나무의 평균 수명은 약 50~60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 지금 산에 있는 나무들이 딱 그 수명 한계에 도달해 노쇠해가고 있습니다.
3) 기후변화와 병해충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아까시나무 황화현상(잎이 누렇게 변해 떨어지는 현상)과 진딧물, 깍지벌레 등의 병해충도 큰 원인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철 가뭄이나 이상 고온이 잦아지면서 나무들의 면역력이 떨어진 탓입니다.
2. 왜 문제가 될까요?
"아까시나무가 사라지면 양봉 농가가 무너집니다."
우리나라 천연 벌꿀 생산량의 약 70% 이상이 바로 이 아까시나무 꽃에서 나옵니다. 아까시나무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국내 양봉 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벌이 사라지면 주변 생태계의 화분 매개(수정)에도 비상이 걸리게 됩니다.
3. 지금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산소 묘지를 파헤친다", "다른 나무를 못 자라게 한다"며 천대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산림청과 지자체도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귀하게 보고 있습니다.
밀원수림 조성: 양봉 농가를 위해 노령화된 아까시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꽃이 많이 피는 우량 아까시나무(헝가리산 개량종 등)나 헛개나무, 백합나무 같은 대체 밀원수를 새로 심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우리 산을 살려놓고 조용히 퇴장하고 있는 아까시나무, 이제는 우리가 계획적으로 다시 가꾸고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4. 아까시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장점과 단점
과거에는 산소 주변을 망친다며 '쓸모없는 나무'로 오해받아 베어지기 일쑤였지만, 현재는 기후변화와 양봉업 위기 속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경제·생태적 자원"으로 대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까시나무는 참 오랫동안 "양날의 검" 같은 존재였습니다. 민둥산을 푸르게 만든 영웅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맹렬한 번식력 때문에 골칫덩이 대접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아까시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확실한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아까시나무의 장점 (효자 노릇)
① 양봉 산업의 핵심 (최고의 밀원식물)
우리나라 천연 벌꿀 생산량의 70~80%가 바로 아까시나무 꽃에서 나옵니다. 맛과 향이 뛰어나 상품 가치가 가장 높으며, 한국 양봉 농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경제 수종입니다.
② 민둥산을 살려낸 척박한 땅의 구원투수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공기 중의 질소를 흡수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 개량' 능력이 탁월합니다. 1970~80년대 나무 한 그루 자라기 힘들던 황폐한 민둥산에 심어 사방사업(산사태 방지 및 녹화)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입니다.
③ 단단하고 쓸모 많은 목재
아까시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면서도 목질이 매우 단단하고 잘 썩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땔감이나 철도 침목, 광산의 갱도를 받치는 목재로 귀하게 쓰였고, 최근에는 친환경 야외 놀이기구, 가구, 데크재 등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④ 환경 정화와 향기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 대기 정화에 도움을 주며, 5월 한 철 온 산을 뒤덮는 아까시 꽃향기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정서적 휴식을 제공합니다.
2) 아까시나무의 단점 (골칫덩이 노릇)
① 무덤가와 농경지의 무법자
아까시나무는 주변에 뿌리를 길게 뻗은 뒤, 그 뿌리에서 줄기가 다시 돋아나는 '맹아력'이 엄청납니다. 이 때문에 조상님의 묘지(산소) 주변이나 농경지 근처에 한 번 자리 잡으면 잔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잔디를 죽이고 땅을 파헤쳐 큰 골칫거리가 되곤 합니다.
② 가시로 인한 작업의 불편함
줄기와 가지에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가 많아 산림 가꾸기 작업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때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쉽습니다. 조경수나 정원수로 쉽게 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③ 산불에 취약함
아까시나무는 수분이 많아 불에 잘 타지 않을 것 같지만, 가뭄이 심한 봄철에는 울창한 아까시나무 숲이 오히려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활엽수라 침엽수인 소나무보다는 산불 확산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