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있는 공룡이 있다고?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서만 발견되었거나, 한반도의 지명을 따서 이름 붙여진 '고유종' 공룡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이름만 한국산인 게 아니라, 해부학적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점박이'로 유명한 타르보사우루스는 엄밀히 말하면 몽골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한반도에서도 그 이빨과 뼈 흔적이 발견되어 당시 동아시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Koreanosaurus)
가장 유명한 '한국 공룡'입니다. 전남 보성군 비봉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땅 파는 공룡'으로 유명하며, 다른 공룡들에 비해 앞다리가 비정상적으로 튼튼하고 견갑골(어깨뼈)이 발달했는데, 이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살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공룡의 생태계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Koreaceratops)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꼬리뼈 화석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한국 최초의 뿔공룡으로, 꼬리뼈에 솟아오른 돌기들이 아주 높고 납작합니다. 학자들은 이 꼬리가 수영을 하기 위한 '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뿔공룡(각룡류)의 진화 과정에서 '물속 생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3. 부경오사우루스 (Pukyongosaurus)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된 거대한 초식 공룡(용각류)입니다. 부경대학교 발굴팀이 찾아내어 학교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목이 아주 긴 '목 긴 공룡' 계열로, 한반도 남부 지역이 당시 거대 초식 공룡들이 살기에 매우 풍요로운 환경이었음을 증명합니다.
4. 최근의 화제: '이십억 년' 공룡?
최근 학계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은 이름도 독특한 코리아노사우루스나 해남이크누스 외에도, 세계 최초로 발견된 '뜀걸음(Hopping)하는 소형 공룡'의 발자국 등입니다. 캥거루처럼 두 발로 폴짝폴짝 뛰어다닌 소형 공룡의 흔적은 한국에서 처음 발견되어 전 세계 논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5.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둘리'는?
1) 둘리의 공식 프로필: "나는 뿔공룡이다!"
둘리의 종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케라토사우루스(Ceratosaurus)입니다.
코 끝에 작은 뿔이 하나 솟아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둘리의 코 위에 있는 작은 돌기가 바로 이 뿔을 상징합니다. 둘리 코에 붙어 있는 그 귀여운 '껌딱지' 같은 것이 사실은 뿔인 것입니다.
실제 케라토사우루스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아주 무시무시한 포식자였습니다. 귀여운 둘리와는 꽤 거리가 멉니다. 실제 케라토사우루스의 코 위에 난 날카로운 뿔을 아주 귀엽게 순화시킨 것입니다. 만화 설정상 공룡 시대의 한반도 어딘가에서 태어났습니다. 비록 실제 케라토사우루스 화석은 주로 북미에서 나오지만, 둘리는 엄연히 "K-공룡"의 마음을 품고 빙하에 갇혔던 것입니다.
2) 왜 초록색에 귀여운 모습일까?
사실 처음에 김수정 작가님은 공룡이 아니라 '사람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는데 당시 검열이 워낙 까다로워, 아이가 어른(고길동)에게 대드는 모습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아니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공룡으로 캐릭터를 바꿨고, 덕분에 우리는 버릇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초록 공룡 둘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연재 당시(1983년), 육식 공룡의 사나운 이미지가 어린이 정서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외형을 둥글둥글하게 하고 성격을 순하게 설정했다는 설이 유명합니다. 또한, 실제 케라토사우루스는 손가락이 4개지만, 둘리는 손가락이 3개로 그려집니다. (이건 그림을 그릴 때 더 귀여워 보이기 위한 만화적 허용이죠!)
3) 둘리는 '냉동 공룡'의 원조
둘리가 빙하 속에서 잠들었다가 서울 쌍문동천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설정은 당시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상상력을 심어주었습니다. 실제로 1억 년 넘게 빙하에 갇혀 있다가 현대에 부활했다는 설정은 공룡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공룡 시대에 얼음 빙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4) 엄마와의 눈물 나는 상봉
둘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반전은 둘리는 육식공룡(케라토사우루스)인데 엄마는 초식공룡(용각류)으로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작가님은 나중에 "둘리가 엄마를 너무 그리워해서 가장 포근해 보이는 이미지의 공룡을 엄마로 설정했다"는 가슴 따뜻한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5) 둘리는 '한국 공룡'일까?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고향: 둘리는 서울 쌍문동 개천에서 발견되었으니 '서울 시민'이긴 합니다.
과학적 팩트: 하지만 실제 케라토사우루스의 화석은 주로 북미(미국)나 아프리카, 유럽에서 발견됩니다. 즉, 혈통상으로는 '외국계 공룡'인데 빙하를 타고 흘러와 한국에 정착한 셈입니다.
둘리 엄마의 정체: 만화에서 둘리 엄마는 거대한 몸집의 초식 공룡(용각류)으로 그려집니다. 종이 다른데 어떻게 모자 관계냐는 질문에 작가님은 "만화적 상상력으로 봐달라"는 쿨한 답변을 남기셨습니다.